푸코의 길

아래 영상의 영문본을 한글로 중역하였습니다. 중역 과정에 실수가 있을 수 있으니 영문을 참조하여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현대 철학은 아마도 칸트 이래로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해온 것 같습니다. 바로 ‘우리의 실체는 무엇인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우리의 존재는 무엇인가?’ 같은 것들 말이지요. 그 이후로 철학은 새로운 차원을 획득한 것 같습니다. 또는 그간 무시되거나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지 않았던 어떤 새로운 철학적 과제가 생겨난 것이죠.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의 존재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의문이 오늘날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다루는 과제말입니다. 이런 종류의 의문들은 데카르트에겐 의미가 없었을 것입니다. 칸트가 계몽이 무엇인지 의문하기 시작했을 때야 비로소 의미를 갖기 시작한 질문입니다. 헤겔에게도 역시 의미있는 질문이고요. 니체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철학이 가질 수 있고 또 반드시 갖춰야 할 여러 가지 기능들 중 하나는 현재 우리의 실체 속에서 우리가 누구인가를 계속 묻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고 저는 어느 정도의 니체주의자, 헤겔주의자, 칸트주의자입니다. 제가 어떻게 그런 의문을 제기하게 됐을까요?

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에서 지성의 역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1950년대를 전후하여 우리는 현상학에 깊이 영향 받은 분석 방식을 취해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방식은 어떤 의미에서, 당시 지배적인 철학이었습니다. 경멸적인 의미에서 ‘지배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사고방식에 독재나 전제주의(역자주: 한 사람 또는 소수의 지배자가 법이나 제도의 구속을 받지 않고 통치하는 것을 가리키고, 일반적으로는 군주제나 귀족제보다 지배가 자의적인 경우를 의미한다. 출처: 21세기 정치학대사전)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서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현상학은 일반적인 분석 방식입니다. 이러한 분석 방식은 그 기본 과제 중 하나인 구상적(역자주: 추상의 반대 의미로써 실제 사실에 기반하는 것을 뜻함) 분석을 주장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현상학의 구상성만큼 학계와 대학 역시 구상적이라, 누군가에게는 좀 불만족스러웠을지 모릅니다. 사무실 창문으로 내다보는 나무에 대한 인식과 같이 살아있는 경험에 의한 현상학적 묘사로 특혜받은 대상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좀 가혹하지만 현상학이 탐구한 대상의 범위는 아마도 조금 더 확장해 볼 만한 가치가 있었음에도 철학 학계 전통의 한계에 의해 이미 결정되었던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두번째 또 다른 지배적이고 중요한 형태의 사상은 명백히 마르크스주의입니다. 마르크스주의는 역사 분석의 전반을 다뤘고 결국 막다른 길에 다다랐죠. 마르크스의 원문을 읽고 그의 개념을 분석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지만, 마르크스의 개념들이 다루는 역사 지식의 내용은 약간 뒤쳐져 있었습니다. 어쨌든 마르크스주의는 적어도 프랑스에서는 별로 발전되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조류, 특히 프랑스에서 발전한 이것은 바로 바슐라르, 캉길렘, 카바예스 같은 철학자들을 위시한 과학의 역사입니다. 그들의 의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성의 역사성이 있는가? 진리의 역사를 알 수 있는가? 저는 이러한 다양한 흐름과 의문의 교차점에 어느 정도 제 자신을 위치시켰다고 생각합니다. 현상학과 앎에 대한 의문과 관련해, 경험해본바에 대해 다소 내적인 설명을 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집단적, 사회적 경험들을 분석할 필요가 있지는 않았을까요?

빈스방거가 보여준 것처럼 광인의 의식을 묘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결국 광기의 경험에 대한 문화적, 사회적 구조가 있지 않습니까? 그것들이 분석되면 안되는 걸까요? 이런 의문은 저를 역사적 문제를 탐구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광기와 같은 사회적, 집단적 표현을 기술할 수 있는지, 우리가 역사적으로 분석해야 할 사회적 제도와 관행은 무엇인지,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의 역사 분석은 어느 부분에 미흡하였는지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특정한 역사적 맥락과 연계하여 역사적, 집단적, 사회적 경험에 대한 모든 분석을 통해, 지식의 역사, 새로운 지식의 생성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새로운 개체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생겨나면 그것이 어떻게 여전히 새로운 개체일 수 있겠습니까? 특히 다음과 같은 의문을 던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와 같은 사회적 광기의 특성이 다른 역사나 사회에서도 있었는가, 어떻게 이런 광기가 그 자신을 구성하고 역사에 출현할 수 있었는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떻게 광기가 정신 의학 지식으로 자리잡게 된 것인가? 어떠한 역사적, 사회제도적 변화로 인해 광기의 주관적 극단과 정신질환의 객관적 극단이 모두 존재하는 광기가 존재했었던 것인가? 이러한 의문이 최소한의 출발점인 셈입니다. 그리고 왜 광기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나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 책(역자주: 푸코의 저서 “광기의 역사”를 말함)은 네번째의 조류 또는 참조점, 그리고 좀 문학적이긴 하나 기존 철학적 전통에서 조금 덜 엮여있습니다.

저는 우리 세대에서 매우 중요한 지식인들인 블랑쇼, 아르토, 바타유 같은 이들을 늘 마음 속에 품고 있습니다. 저는 궁극적으로 경계선에 선 것 같았습니다. 사회에서 주류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대신, 한계선에 섰고, 경계선에 섰고, 그리고 대게 평범하게 받아들여지는 문제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래서 제 작업은 광기의 역사에서 시작해, 우리 이성의 체계를 의문시하는 것으로 나아갔습니다. 예를 들어, 의학적 사고, 질병에 대한 지식과 삶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의학 지식과 죽음의 관계는 무엇이며, 죽음의 문제가 어떻게 의학 지식으로 통합될 수 있었을까요? 죽음의 절대적 지점이 어떻게 의학 지식으로 지수화될 수 있었던 것인가요? 범죄와 법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은 법 그 자체, 그 근거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범죄를 체제와의 균열로 삼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법이란 무엇인지 묻게 됩니다. 형벌 제도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감옥의 예를 들어보면, 감옥 내부에서 심문하는 형벌제를 당연하게 여기기보다, 감옥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떻게 그것이 정당화 되었는지를 알아내야 오히려 감옥이 무엇인지를 추론할 수 있는 것입니다.


원문

Foucault’s Path

It’s true, it seems to me that modern philosophy, perhaps since Kant, raised the question, ‘What is Enlightenment?’ that is, ‘What is our actuality? What is happening? What is our present?’. Since then it seems philosophy has acquired a new dimension, or that a certain task opened up that was ignored or wasn’t known to exist before, and that is, to tell us who we are, what our present is, what this is today. It is a question that wouldn’t have had meaning to Descartes. It’s a question that begins to mean something for Kant when he asks what Enlightenment is. It’s a question that has meaning to Hegel. ‘What is the present?’ and a question for Nietzsche too. I think that among the different functions philosophy can and must have is also this, to ask ourselves who we are at present, in our current actuality. It’s in that sense I raise this question and to this extent I am a Nietzschean, Hegelian, Kantian. Well, how did I come to raise such questions? To briefly explain the history of our intellectual life in Western Europe after the war, one can say, around the 1950s, we had, on one hand, from the perspective, a mode of analysis deeply inspired by phenomenology, which, in a sense, was the dominant philosophy at the time. I don’t mean ‘dominant’ in a pejorative sense. There wasn’t a dictatorship or despotism in this mode of thought. But in Western Europe, particularly in France, phenomenology was the general style of analysis. This style of analysis claimed as one of its basic tasks, the analysis of the concrete. It’s certain, from this point of view, one may have remained a bit dissatisfied insofar as the concrete that phenomenology referred to, has been the concrete of the academic and the university. There were privileged objects of phenomenological description, of lived experience, or perception of a tree through an office window. I’m a bit harsh, but the range of objects that phenomenology explored, I’d say, was a bit predetermined by a philosophical academic tradition that would perhaps be worth expanding. Second, another dominant and important form of thought was obviously Marxism. It referred to a whole domain of historical analysis which basically reached a dead-end. Reading Marx’s texts and analyzing Marx’s notions was an important task, but the content of historical knowledge to which these concepts referred for which they had to be operative, these historical domains were a bit left behind. In any case, Marxism, a concrete Marxist history, wasn’t very developed, at least in France. There was a third current, especially developed in France: the history of science with people like Bachelard, Canguilhem, and Cavailles. The problem was to know: Is there a historicity of reason? Can we give a history of truth? I’d say I situated myself somewhat at the intersection of these different currents and problems. In relation to phenomenology and the question of knowing, rather than giving a somewhat inner description of lived experience, wasn’t it necessary to analyze a number of collective and social experiences? The consciousness of the mad is important to describe, as Binswanger showed. After all, isn’t there a cultural and social structuring of the experience of madness? Should it not be analyzed? This led me to a historical problem that involved knowing: whether we can describe the social and collective articulation of an experience like madness, what is the social field, what is the set of institutions and practices we must historically analyze, and for which Marxist analyses are a bit like a somewhat poor fit? And third, through all the analyses of historical, collective, and social experiences, linked to specific historical contexts, how can we provide a history of knowledge, of its emergence? How can new objects enter a domain of knowledge, then be presented as such objects? In particular, whether the following is possible: Is there an experience of madness characteristic of a society, or a kind of society, like our own? How was this experience of madness able to constitute itself and emerge? And through this experience, how can madness be formed as an object of knowledge for a kind of medicine that was presented as mental? Through what historical transformations and what institutional modifications was an experience of madness formed where there’s both the subjective pole of the experience of madness and the objective pole of mental illness? This, here, is the route, at least the starting point. And to return to the question why these objects of study were chosen, I’d say, it seemed to me, and this may be a fourth current or point of reference, my path, that’s more literary, with texts less integrated in the philosophical tradition. I have, in mind, writers like Blanchot, Artaud, Bataille who were all very important for my generation, and this was ultimately the issue of borderline experiences, the forms of experience that instead of being considered central, positively valued in society, they are considered limit-experiences, boundary experiences, putting into question what’s normally and ordinarily considered acceptable. So proceeding from a history of madness to a questioning of our system of reason. For example, what is the relation between medical thought, knowledge of disease and life? What is it in relation to the experience of death, and how has the problem of death been integrated into this knowledge? How has this knowledge been indexed at this point, the absolute point of death? The same for crime with respect to law. You question the law itself, its ground: taking crime as the point of rupture with respect to the system. From that point of view, we then ask: What is law? Taking prison to enlighten us about what the penal system is, rather than taking for granted the penal system interrogating it first from the inside, finding out how it came about, how it was founded and justified, in order to deduce what prison 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