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오토바이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고 남미를 종단하는
25년, 그 짧디짧은 내 인생을 통털어 최고 블록버스터급 스펙터클한 여행을 계획하다보니,
수많은 옵션들을 상대로 저울질하고 따져보는 선택의 나날이다.

여행 계획에 있어 중요한 것들이 수없이 많겠지만
요새는 그 중에서도 여행 루트를 짜고 계획하는데 주안점을 두고있다.

예를 들어 A라는 도시에서 B라는 도시까지 몇 키로미터 거리니까
시속 50km로 달린다고 가정하면 몇시간 몇분이 걸리는지.
위와 같은 시나리오라면 총 여행기간은 어떻게 되는지.

A와 B사이에 주유소는 있는지.
이동중 비상시를 대비해 부품 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이동지점 주변간에 오토바이 딜러는 있는지 등등.
보통 복잡한게 아니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그리 계획대로 되겠는가?
완벽한 계획이 완벽한 여행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완벽한 여행은 완벽한 계획에서 시작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완벽한 계획이란 것도 있을 수 없다.
우리의 삶이 완벽한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을진대,
하물며 우리의 여행 또한 완벽한 계획대로 진행될까.

완벽한 계획, 치밀한 계획.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계획 그 자체에 집착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여행의 진정한 情神과 아름다움은 물 흐르는 것과 같은 것 같다.
물이 산속 깊은 계곡을 만나면 그에 발맞춰 새하얀 공기방울을 만들어내며 보폭을 늘리고
넓고 깊은 강을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차분히 걸어가듯이.

여행의 진정한 멋은 그때 그때 유유히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것에 있지 않을까?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도입부에서 체 게바라는
사촌형과의 남미 모터싸이클 종단여행 계획을 소개하며 짧고 굵게 말한다.

“Improvisancion.” (즉흥, 뚜렷한 대책이 없음)

임쁘로비잔씨온.

그래, 여행이 곧 삶이자, 삶이 곧 여행이다. 여행은 내가 만들어내는 그날 그날의 즉흥곡(impromptu)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