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이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맞이하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그리스와의 본선 첫경기를 가졌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한국팀은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2-0의 깔끔한 스코어로 그리스를 가볍게 이겼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언론은 칭찬일색의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방송은 박지성의 골장면을 무한 리플레이 해주며 ‘역시 프리미어리거는 달라’라는 식의 칭찬을. 그리고 방송에서는 허정무 대표팀 감독의 방목형 프리스타일 리더십을 찬양했다. 거기에 모자라 외신들의 칭찬과 감탄 섞인 기사와 현지반응 조차 대거 인용보도하며 경기가 끝난 지 며칠 지난 지금 이순간에도 국대와 그 수장인 허정무 감독을 붕붕 띄워주고 있다. (16강이라도 진출하면 그 때부턴 ‘영웅 허정무 감독’이라고 하겠지?)

작금의 관련 언론보도를 보면서 언제부터 허정무 감독은 언론과 팬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았는지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상황에 맞게,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제멋대로 포장하고 비약과 왜곡 또한 서슴치않는 언론의 기회주의적인 속성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98 프랑스 월드컵을 졸전으로 치루고 경질된 차범근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의 후임으로 내정된 허감독. 하지만 2000년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으로 자의반 타의반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리고 국내 지도자에게 크게 실망했는지, 축구협회는 그 때부터 계속 외국인 감독을 고집하게 된다. 물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라는 대어를 낚기도 했지만 그 이후는 뭐 다 아는 얘기이다.

세월은 흘러 2007년. 대한축구협회 측에서 더이상 적당한 ‘외국인’ 감독을 찾을 수 없어 당분간 ‘땜질용’으로 감독직을 맡게되었던 허정무 감독. 감독직을 수락하는 기자회견에서 허감독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승부사로서의 숙명”이라며 나름 비장한 각오로 완장을 차게된다. 그리고 몇 번의 경기 이후, 허정무 감독에 또다시 크게 실망한 팬들과 언론. 2008년 중반, 어느 설문조사에서 허정무표 축구는 “총체적 수준 미달”이라며 낙제점을 준다. 이 때부터 허정무 감독에 대한 경질론은 다시 스믈스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월드컵 원정경기에서 사상 최초로 승리를 거머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그러나 대표팀은 지금의 영광이 있기 전, 험난한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경기를 거치며 안팎으로부터 수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언론 또한 한 몫한 것도 사실이다. 장기적인 비전과 혜안을 가지고 이 나라의 진정한 축구발전을 위해 공정하고 차분한 보도 태도는 언론의 마땅한 의무와 책임이 아닐까? 경기에 졌다며 감독 경질하라고 고함치는 팬들의 야유와 비난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 또한 언론의 의무일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공명정대해야 한다. 언론이란 팬들의 입장에서, 반대로 감독의 입장 만을 대변하는 대리인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기다리던 아르헨티나전. 워낙에 훌륭한 팀이다보니 큰 기대를 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4-1이라는 큰 점수차로 허정무호는 반파 당했고, 나이지리아 전을 앞둔 지금 이 시점에 한국팀의 16강 진출 여부는 아직 안개 속이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쏟아지는 기사의 홍수 속에서 난 또다시 우려했던 언론의 근시안적이고 편파적이며 불공정한 보도태도를 접했다.

대한민국 언론, 대체 언제까지 그럴텐가?